CR原创番外-情人节特辑4(11)

그 순간, 예감이 들었다. 곧 듣게 될 말은, 내 심장에 새겨지게 될 말이라고.
"내가 우리 연우를 너무너무너무너무너~무 좋아해서 그냥 내 사고방식 전체가 너로 변한 것 같아. 그래서 그냥 그런 말이 나와. 그냥 막 뱉어져. 그냥 네가 너무 좋아."
난 고유한의 떼쓰는 듯한 말투에 참지 못하고 피식 웃어버렸다. 이게 무슨 너 다운 답변이야. 그냥 막 고백하는 거지.

"놀고 있네."
난 손을 쓱 빼면서 고개를 돌렸다. 눈 앞은 안개로 가려지듯 흐릿해졌다. 그와 동시에 Decoloring 이 왔다. 점차 흑백으로 채워지는 세상이다. 흑백은 컬러를 잡아 삼키려는 듯한 무서운 속도로 내 주위를 감쌌다. 하지만 나는 처음으로, 이 흑백으로 채워지는 세상이 밉지 않았다. 편안하게 받아들였다. Decoloring 이 왔다는 건 내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다는 뜻이고, 이건 다시 말하면, 내 마음도 내 감정도 어느새 고유한에게 온전히 물들여졌다는 증거니까.